자선과보속의시기.PNG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 마르티노 주교

 

 

어느 늦가을 오후 참으로 재미있었던 일이 기억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 마음씨 곱기로 둘째가면 서러워할 한 그룹의 후원자 부대가 찾아오셨습니다. 따뜻한 차를 한잔씩 대접해드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는데, 재미있기로 유명한 한 외국 할아버지 선교사께서 등장하셨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들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있었는데, 운동을 다녀오시던 그 할아버지 신부님만 반팔 티셔츠 차림이었습니다. 손님들 가운데는 가볍고 따뜻한 메이커 점퍼를 입고 계셨던 형제님이 계셨는데, 신부님의 ‘헐벗은’ 모습에 몹시 마음이 찔리셨나 봅니다. 갑자기 입고 계시던 점퍼를(거의 새것이던) 벗어 할아버지에게 입혀드리는 것입니다.

 

 

너무나 돌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다들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장난기가 발동하신 우리 신부님, 너무 고맙다며 지퍼를 끌어올리시며 “딱 맞다!”고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이 입고 계시던 두꺼운 바지를 만져보시며 하시는 말씀...“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ㅋㅋㅋ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스산해지니 불현듯 그 마음 따뜻한 형제님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투르의 마르티노 주교님(316~397) 역시 마음이 따뜻하기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신부님에게 점퍼를 벗어주고 떠난 형제님과 비슷한 체험을 했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 군복무 중이던 청년 장교 마르티노는 말을 타고 성문으로 들어가다가 추위에 벌벌 떨고 있던 한 노숙인을 발견합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노숙인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누군가로부터 구걸이라도 해야 하루를 넘길 텐데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노숙인의 모습에 그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러나 자신도 박봉의 군인에다 마침 월말이라 수중에 지닌 돈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군용 외투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장검으로 반을 잘라 떨고 있는 노숙인의 어깨에 둘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마르티노가 잠을 자던 중 특별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는 꿈속에서 깜짝 놀랄 광경을 목격합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 친히 그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더 놀란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어깨에는 낮에 자신이 노숙인에게 걸쳐준 외투가 걸쳐져 있었습니다. 큰 충격과 감동을 받은 그는 신속히 그리스도교에로 회심을 하게 됩니다.

 

 

이 특별한 사건은 마르티노의 삶을 성직에로 이끌었습니다. 사제가 되고 파리 근처 투르의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체험이 남긴 교훈을 평생토록 잊지 않고 자신의 사목 생활에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한평생에 걸친 그의 모토는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오 복음 25장 34~36절)

 

 

사제가 된 마르티노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을 개종시키는데 헌신했습니다. 당시 아리아파와 같은 이단이 횡행하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복음 선포 활동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교도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는 봉변도 부지기수로 당했습니다. 이교도들의 탄압이 극심할 때면 그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기도생활에 전념했습니다. 이때 그의 탁월한 인품과 영성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수도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도 교회 전례력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해도 이제 거의 막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또한 기도와 자선과 보속의 시기 대림절이 눈앞입니다. 스산한 날씨 속에 몸과 마음이 추워지는 이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마르티노 주교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입니다.

 http://www.mariasarang.net/1home/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