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묵상기도 방법



1.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 라틴어 명사 ‘lectio(독서)’와 형용사 ‘divina(신적神的)’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 ‘divina’는 하느님의 말씀, 즉 성서를 뜻한다. 그래서 ‘성경 독서’, ‘거룩한 독서’ 또는 ‘성독(聖讀)’으로 번역할 수 있다.


* 전통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깊이 묵상 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관상에 까지 이르도록 이끌어 주는 전통적인 기도로 관상으로 가는 입증된 길이다.


* 성서 안에 있는 하느님 말씀의 권능을 맛보게 하면서 그분의 생명력이 내재하는 장소인 우리의 가장 깊은 중심으로 이끌어 준다.


* 성서에 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라면 성서를 읽거나 성서에 대한 주석서를 읽을 수 있으나 “렉시오 디비나”는 이런 식의 독서와는 달리 거기서 풍성한 결실을 얻는 영적 실습과정을 말한다. 이것은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 이라는 믿음에 기초를 두고 있다.


* 사실 초대 교회의 교부들은 성서를 ‘읽는다’ 하지 않고 ‘듣는다’고 하였다. 그들은 성서가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쓰여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인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님께서 그 말씀 안에 현존하신다는 성사 성을 믿고 있었다.


* 성서를 이렇게 읽을 때, 성서는 책에 기록된 ‘글자’의 차원을 넘어 하느님의 생생한 말씀, 더 나아가 그 말씀을 하느님 자체로 받아들이게 된다.


*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는 그리스도와의 우정을 키우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대화 중에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대화의 주제를 알려 주시듯 성서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이다. 매일 그리스도를 만나고 말씀을 사색하면 그저 안다고 하는 관계를 넘어 우정과 신뢰와 사랑의 태도로 발전시켜 준다. 대화는 단순해지고 ‘하느님 안에서의 쉼’이라는 합일(communion,영적친교)의 상태로 이른다. 16세기까지 관상기도에 관한 고전적인 의미는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2. 기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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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오 디비나 기도방법은 초기 크리스찬 시대에 평신도와 수도자에게 권장되었다. 렉시오 디비나는 글자 그대로 "거룩한 독서"로서 성서를 읽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서를 경청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수도자들은 거룩한 말씀의 단어들을 입술로 계속 반복함으로써 신체도 이 기도 과정에 빠져들도록 하였다. 그들은 거룩한 독서를 통하여 더 깊은 내적 주의(注意)를 가지고 말씀을 듣는 힘을 구하려고 한 것이다. 기도란 그들에게는 성서로 말씀을 듣고 전례로 찬양 드리는 바로 그 하느님께 대한 응답인 것이다.


독서(lectio) : 먼저 성서 말씀을 찬찬히 정독하고 들음

묵상(meditatio) : 그 말씀의 의미 등을 곰곰이 되새겨 봄   

                      (전적으로 하느님의 현존과 그 분의 의지와 사랑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

기도(oratio) : 말씀이 마음을 건드림

관상(contemplatio) : 하느님과 합일의 경지에 들어감 

                          말씀에 깊이 잠김. 


“읽기를 구하시오, 그러면 묵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기도로 두드리시오, 그러면 관상이 열릴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말씀은 우리에게 은총을 주고 우리를 변화시키며 우리의 진정한 영적 성장과 성숙을 위하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이야기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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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지도록 한다. (침묵에 들어가는 단계)

성화 앞에서, 또는 촛불을 밝힌 채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의 현존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기도의 진정한 장소는 마음이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일상을 떠나 잠시지만 하느님 세계로 차원을 바꾸는 것이다.


2) 미리 선택한 성서 말씀(전례독서를 따르거나 성서전체를 차례대로 택할 수 있음)을 펴고 천천히 한번 읽는다. 읽는 것을 음미하며 1-2분 정도 쉬었다 다시 한 번 읽는다. 성서말씀의 내용이나 사건이 확연히 머리에 들어올 때까지 서너 차례 반복해서 읽는다.


3) 이렇게 읽는 동안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이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 의미 등을 알아들으려고 한다. 곧 묵상을 하는 것이다.            


4) 특별히 관심을 끄는 부분으로 생각의 초점이 모아지게 되면 기도 내지 관상의 단계로 넘어간다. 일체의 생각을 끊고 오직 성령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기다리며 듣는 시간이다. 내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임을 확신해야 하는 단계이다. 나의 존재를 변화시키는 것은 나의 이성이나 의지가 아니라 사랑과 권능에 차 있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임을 알아듣고 온전히 맡겨드리며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믿음 속에  ‘바라며 기다리는 것’ 이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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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고요가 가득 찬 침묵 가운데 렉시오 디비나에서 보고 듣고 맛본 것을 간직하고 마음으로 기억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은 여러분 안에 살아 움직이며 여러분을 더 큰 영적 풍요로움과 생명으로 채워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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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의 귀고 2세 아빠스는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를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성경 대목을 읽을 때(lectio),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면 마치 소가 여물을 되씹으면서 소화시키듯이 그것을 계속 되뇌입니다(meditatio). 그 성서 말씀을 계속 되뇌다 보면 그 말씀이 마음속에 완전히 스며들게 되고 그 말씀을 통해 현존하시는 하느님께 자연스럽게 기도(oratio)를 바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기도가 깊어질수록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관상(contemplatio)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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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계가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둘째 단계 또는 셋째 단계까지만 이르러도 훌륭하다. 미사 복음 중에 마음에 와 닿은 어느 구절을 하느님이 오늘 나에게 하시는 귀한 말씀으로 여겨 집안일을 하면서나 길을 걸으면서 정성스럽게 되 뇌이다 보면 하느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마치 화살기도처럼 우러나올 것이다. 이처럼 렉시오 디비나는 어려운 이론이나 복잡한 방식에 얽매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간편한 방식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안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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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읽지 마십시오. 성서를 들으면서 만나십시오. 혼자서 읽을 때에는 소리 내어 읽으십시오. 그러면서 그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렇게 들은 말씀을 머리로 올려 보내지 말고, 즉 외우려 들지 말고 가슴속으로 내려 보내십시오. 


그리하여 가슴속에서 그 말씀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말씀이 가슴속에 자리 잡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기를 몇 번 하십시오. 그 뜻을 알아들으려고 하거나 해석하려 들지 마십시오. 그저 가슴속 깊이 가라앉게 하십시오. 그러면 이 말씀은 살아서 당신의 삶이 말씀을 사는 삶이 될 것입니다.  즉 살아계신 하느님, 말씀이신 하느님을 직접 만나는 체험을 할 것입니다. 당신의 가슴과 영혼은 하느님의 성령으로 가득 차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이 자리 잡을 것입니다.


요즈음 성서학자들이 성서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지나치게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 이 말씀의 살아계심, 체험성, 인격성을 마구 죽여 버리는 것을 봅니다. 살아있는 말씀은 머리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과 영혼 속에 새겨두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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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남네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