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성 글라라 수녀회 소속인 아일랜드 출신의 ‘브리지 매케나 수녀님’의 <기적은 일어난다>라는 책 중의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수녀님은 치유의 은사를 받은 분으로 현재 사제를 위한 피정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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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사 중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를 만난다고 진정으로 믿기만 한다면, 두가지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첫째는 말씀으로, 둘째는 성체로서 우리는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다. 사제를 통해 선포되어지는 복음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죄를 씻어주고, 나를 치유하고, 나를 해방시켜 자유로운 자 되게 하신다. 또한 내가 성체를 영할 때 내 영혼의 양식인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 먹는 것이다. 성체성사 안에서 내 기나긴 인생 여정에 필요한 지침과 힘을 받는다.

이렇게 두가지 방법으로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을 생각하노라니까 예수께서 입으셨던 옷자락에 손을 대었던 12년 동안 하혈하던 여인의 치유 이야기가 생각나서 나는 이 복음의 주제를 보여주는 두가지 사건을 여기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젊은 사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사제는 매우 걱정에 잠기고, 두려움에  싸여서 내게 전화를 주셨다. 그 사제는 방금 의사로부터 성대에 암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3주안에 후두 제거 수술을 받아야만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목소리를 잃게 된 신부님이라니......’  그 사제는 자신이 절망에 빠져 있다고 내게 말했다. 그 사제는 자신이 서품된 지 겨우 6년쯤 되었노라고 했다. 그 사제와 함께 기도하는 동안에 나는 주님께서 그 사제에게 성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라고 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신부님, 저는 전화를 통해 신부님을 위하여 기도 드릴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기도 중에 기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신부님은 오늘 아침에 예수님을 만나 뵈었습니까? 신부님은 매일 그분을 만나시나요?”

말씀을 듣고 보니 이 사제는 미사를 매일 집전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사제에게 말했다. “신부님, 매일 미사에 가셔서 성체를 받아 영하실 때마다 신부님은 그리스도를 만나십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12년 동안 하혈하던 여인은 단지 예수께서 입으신 옷자락에 손을 대기만 했는데도 치유되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신부님께서는 예수께 손을 대고 그분을 신부님의 몸 안에 받아들이십니다. 신부님은 그분을 양식으로 삼고 계십니다. 신부님께서는 예수께서 실체적으로 신부님의 식도를 지나가신다는 것을 깨닫고 계십니까? 예수께 가서 말씀 드리는 것이 제일이지요. 예수께 신부님을 치유시켜 주십사고 청하세요.”
나는 그 사제가 전화기 저쪽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분은 내게 “수녀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거듭 거듭 말했다. 그로부터 3주 뒤에 그 사제는 후두 제거 수술을 받으러 갔다. 후에 그분은 내게 전화를 걸어 수술을 받지 않았고 의사는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성대가 완전히 성해져서 깨끗이 치유되어 있음을 발견했다고 알려 왔다.

나는 그 사제의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도 여쭙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1년쯤 뒤에 그 사제의 친구인 다른 사제로부터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그 젊은 사제는 주일 미사를 제외하고는 평상시에 미사를 집전하지 않고 있었고 미사에 대해서 경박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하느님은 암의 경험을 그 사제의 인생을 변모시키시는 데에 활용하셨다. 그 사제는 완전히 치유가 되었는데 육체적으로만 완전히 치유가 된 것이 아니었다. 그 사제는 성체 중심의 삶을 살고 증거하는 사제가 되었다. 그 사제에게 있어서 성체는 마치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우물가에서 그리스도를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나뵙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 사제는 모든 우물물 가운데에서 마셔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가장 위대한 우물가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 예수께서 함께 하시면 기적은 일어난다.


성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치유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서 일어났다.

스캘런 신부님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곳에 한 여자가 다가왔다. 그 여자는 복도에 있는 내게 와서 자기를 위해서 함께 기도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 여자는 위암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기에 처절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여자는 종양 때문에 배가 몹시 부어 있었다. 의사들은 그 여자에게 암이 너무 퍼졌기 때문에 수술해 보았자 별다른 효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날 오후에 미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 여자를 위해 기도도 하겠지만 미사에 참례하여 예수께 자신을 치유시켜 주십사고 청하라고 말해 주었다.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수녀님, 저는 죽는 것이 너무나도 겁이 납니다. 하느님께서 제가 갖고 있는 이 끔찍한 두려움을 거둬 가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만나세요. 나는 하느님이 아니니까 누구에게든지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예수께서 자매님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될 일들을 용감하게 맞서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실 거예요. 만일 예수께서 자매님에게 죽음의 문턱을 통과하게 하실 것이라면 자매님이 그 관문을 끔찍한 두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은총을 내려 주실 거예요. 그리고 자매님이 계속해서 이 세상의 삶을 살아가기로 되어있다면 예수께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내려 주실거예요.” 
내게는 알려 주지 않았으나 그녀는 스캘런 신부께도 찾아 갔었고 스캘런 신부로부터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그녀를 만난 것은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그날 밤 우리가 대회를 치르고 있을 때에 어떤 여자가 대회가 열리고 있는 건물안의 통로를 달려 오더니 나를 껴안고서는 “수녀님, 기적이 일어났어요! 기적이 일어났단 말이에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누구이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의아해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오늘 아침에 수녀님을 찾아가 뵈었던 사람이 바로 저예요. 수녀님을 뵙고 난 다음에 제게 말씀해 주신 대로 미사에 참례하러 갔었어요. 영성체를 하러 걸어 나가기 전에 저는 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몇분만 있으면 나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나는 그분을 내 손 안에 받게 될 것이니 나는 그분께 도와주십사고 청해야지.’” 그녀는 천주교 신자로서 영성체를 자주 했었으나 이번에는 성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주님, 저는 당신께서 여기에 참으로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 제 안으로 들어오실 때에 이 두려움을 없애 주세요. 주께서 치유하고자 하시면 하실 수 있으시니 치유시켜 주세요. 제발 저를 좀 도와 주세요.” 그녀는 내게 말했다. “제가 성체를 혀 안에 얹고 삼키자 마자 저는 마치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제 식도를 거쳐 위 속에까지 내려가는 것처럼 느꼈어요. 제가 위를 만져 보니 암이 사라져 버렸더군요.” 그녀는 치유되었다.
나는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아무 기대도 없이, 아무 흥취도 없이 다만 육체적으로만 미사에 참례하여 성체께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생각하곤 한다.

신앙은 결단이다. 만일 여러분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미사에 참례한다면 여러분의 삶은 변화될 것이다. 그분께서 나의 삶을 어루만져 주시고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마련하실 수 있도록 그분께 허락해 드리는 용기와 기대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사제가 강론을 지루하게 해서 싫증이 난다거나, 너무 수선스럽다거나, 너무 소심하다고 말할 때에 우리의 믿음이 부족한 것에 대해 사제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쟁점은 사제가 아니다. 진정한 쟁점은 우리 자신의 믿음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사제들의 인간적인 면을 넘어서서 사제가 미사에서 무엇을 대표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나는 천주교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성체 성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나 자신 사이에 사제가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적은 일어난다』(브리지 매케나, 가톨릭출판사) -





출처 : 묵주의 9일 기도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