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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예수 성탄 대축일이 20여 일 남았다. 비신자에게는 흥겨운 캐럴을 들으며 모든 이의 축제가 된 성탄절을 기다리는 시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성탄 앞 4주의 기간, 즉 대림시기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들 사이에 오신 것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며, 이를 통해 마지막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도록 영혼이 인도되는 시기이다(로마 미사경본). 또한 교회력으로 한 해의 전례주기가 시작되는 새해의 시작이다.

#대림시기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교회에서 대림시기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4세기 말께 스페인과 갈리아(오늘날 프랑스 일대) 지방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6주간 참회 기간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한다. 이때 대림시기는 성탄을 준비하기 위한 금욕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후 6세기께 로마와 라벤나(이탈리아 북동부 도시)에서 대림시기가 전례 안에서 거행되고 그레고리오 대 교황이 이 기간을 4주간으로 정했다. 대림시기 의미도 영광 중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기쁨에 찬 시기로 이해됐다. 이후 다른 지역교회 영향을 받아 대림시기는 성탄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는 동시에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성격도 지니게 됐다.
 
#대림시기의 신학적 의미와 영성

 대림시기는 그리스도 재림까지 지속적인 대림시기를 살아야 하는 교회의 깊은 신학적 의미를 보여주는 전례시기다. 그 신학적 의미와 영성은 △구원 신비의 종말론적 차원 △희망에 찬 기다림 △회개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대림시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 끝날에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세상을 구원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기다리는 차원이 강조되는 시기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셨고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이분이 다시 우리에게 오실 것을 믿고 그것이 창조의 완성임을 증언하는 것이 대림시기이다.

 둘째, 대림시기는 구세주 오심을 기쁨과 희망 속에서 깨어 기다리는 시기이다. 구세주께서 오시고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구원의 소식은 신앙인에게 기쁨으로 가득 찬 새로운 미래를 약속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만남을 깨어 기다리며 기쁨에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1코린 13,12).

 셋째, 대림시기는 참회와 회개, 속죄의 시간이다. 진정한 기다림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오시는 것을 깨어 기다리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 예수 탄생의 기쁨과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을 더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 우리는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되새기며 보내야 한다.
 

#대림시기, 각 주일의 전례적 의미

  4주간 지내는 대림시기는 전례적 의미에 따라 '세상 끝날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기'(대림 제1주~12월 16일)와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12월 17~24일)로 나뉜다. 그 시기마다 전하는 메시지도 다르다.

 대림 제1주일은 세상을 구원하러 오실 구세주를 깨어서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복음말씀도 기다림의 끝날에 깨어 있을 것을 당부한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마르 13,33-37).

 대림 제2주일은 구세주 오심을 준비하면서 회개할 것을 촉구한다. 기다림과 함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면서 구세주를 맞을 준비를 하라고 가르친다. "한 소리가 외친다.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마르 1,3).

 대림 제3주일은 구세주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으니 기뻐하라고 알려준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알릴 사람으로 요한 세례자를 보내셨다.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요한 1,27-28).

 대림 제4주일은 우리가 기다려온 분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며 그 탄생을 예고한다. 기쁨은 절정에 이른다.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루카 1,31-32).

 한 재활원의 장애인들은 10년째 성금을 모아 성탄이 지난 뒤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하며 대림시기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본당과 신앙 공동체 역시 절제를 통해 모은 물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며 그리스도에게 받은 사랑을 실천한다. 대림시기, 결국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대림시기, 이것이 바뀐다

 대림시기에는 제대 주위의 화려함을 피하고 대영광송을 하지 않는다. 이는 예수께서 탄생하셨을 때 천사가 부른 찬미가(루가 3,4)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에 탄생을 찬미하는 대영광송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르간이나 다른 악기는 성가를 도와 주기 위해 사용하며 단독 연주는 피한다. 사제도 회개와 속죄의 뜻으로 자색 제의를 입는다.

 이 시기에는 대림초를 켜는데 사철나무 위에 4개의 초가 자리한다. 사철나무는 인간에게 내려질 하느님의 새로운 생명을 뜻하고 4개의 초는 구약의 4000년을 뜻한다. 매주 1개씩 새 초를 켜는데 보라색, 분홍색, 흰색 순서로 짙은 색부터 불을 붙인다.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는 말씀처럼 4주 동안 참회하고 회개하면서 순백의 마음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촛불을 매주 하나씩 늘려 켜가는 것은 구세주가 어느 정도 가까이 오셨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신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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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