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상의 책 신명기
2-1 명칭 및 개요
히브리 경전에서는 신명기를 그 시작 단어인 '드바림'(말씀의 뜻), 또는 '엘레하 드바림'(말씀들은 다음과 같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희랍어로 번역될 때 '데우떼로 노미온'(제2의 법전, 도는 반복된 법이라는 뜻)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말 번역의 신명기(申命記)는 이 희랍어 명칭에서 유래한 것이며, 신명기는 제2의 법전이라고 하는 말 그대로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에 기록된 율법을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레위기가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위한 가르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반해서, 신명기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 모세의 세가지 설교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 책의 이름은 '계약에 관한 설교'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이 설교의 줄거리는 불신앙과 불순종으로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야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한 땅에 들어가기 전에 각오를 새롭게 하도록 하였던 교훈들입니다. 모세는 죽기전에 백성들을 모아놓고 전적으로 하느님께 신뢰하며 순종하라고 간곡히 호소합니다. 또한 이 책은 이스라엘이 오랜 옛날부터 신앙 공동체로서 체험해 온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하라(1, 1 4, 43)"는 명령으로 상기시켜 줍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책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흐르고 있기 때문에 '회상의 책'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신명기는 이스라엘을 감동시킨 과거의 회상인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서입니다.
2-2 중요성
신명기는 모세오경 가운데서 제일 먼저 정경으로 인정된 성서로 신약성서에 미친 영향도 지대합니다. 또한 신약성서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4권의 구약성서(창세기, 신명기, 이사야서, 시편)중 하나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신명기를 별로 읽지 않으나 유대인들, 우리 주 예수님,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이 책의 가르침을 반복해서 깊이 숙고하였습니다.
예수님이 받으신 광야의 유혹사화에서 사탄을 물리치실 때 말씀하신 3가지 대답은 다 신명기에서 인용한 것입니다(마태오 4, 4.7.10). 그리고 구약의 완성자이신 예수께서는 신명기의 핵심인 6, 5장과 레위기 19, 18(신명기 10, 19)을 합하여 신약의 황금률로 주셨습니다. "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마태오 22, 37-40)."
2-3 시대 배경
신명기는 기원전 700-500년 경에 신명기 학파가 저술한 것으로 봅니다. 신명기가 처음 쓰여지던 기원전 7세기 경의 근동지역은 질서가 무너지고 과거의 안정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북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남부 유다왕은 앗시리아에 예속되었으며, 부정부패가 만연되던 시기였습니다. 신명기 전체를 통해서 선포되는 "기억하라"는 말은 불안과 두려움에 싸여있던 그 시대에 일반적으로 준 지시였습니다. 신명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선민 이스라엘 백성 위에 권능과 놀라운 업적으로써 국가와 국민의 생활형태가 과거, 특히 기원전 1,000년 경의 통일왕국 시대와 같이 조직되기를 염원합니다. 신명기는 야훼신앙을 박해하고 역사서들을 소각했던 므낫세왕의 장기집권(기원전 687-624년)이 지나고 요시아왕이 등극하자 다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요시아왕은 기원전 622년에 성전 보물창고에서 발견되 신명기를 따라 철저한 종교 정화운동을 추진시켰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그 지도자들과 함께 다시 죄에 떨어지고 기원전 587년에 유다 왕국마저 패망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신명기의 최종 편집은 바빌론 유배가 끝난(기원전 538년) 이후에 이루어집니다.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지도자의 지팡이를 전달하는 모세
2-4 구성 및 내용
신명기는 율법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12장에서 26장을 중심으로 하여 두 종류의 서론(1, 1 - 4, 10과 4, 44 - 11, 32)과 두 가지의 축복(27, 11 - 26과 28, 1 -68)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세 번에 걸친 모세의 설교를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1부(1, 1 - 4, 43) : 모세의 첫 번째 설교.
과거에 받은 하느님의 은혜와 업적을 기억하라는 훈계입니다.
제2부(4, 44 - 28, 68) : 모세의 두 번째 설교.
십계명과 그와 관련된 계명들로 이루어진 신명기 법전 및 전례적인 단편들과 계약에 관한 내용입니다. 항구한 성실과 충성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라는 교훈입니다.
제3부(29, 1 - 30, 20) : 모세의 세 번째 설교.
축복, 또는 저주의 길에서 미래를 좌우할 선택에 관한 교훈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계명에 순종하면 그들의 미래는 영광스러울 것이나 순종하지 않으면 비참한 죽음과 악을 초래할 것입니다.
제4부(31 - 34장) : 신명기의 결론.
모세의 죽음과 후계자인 여호수아에 관한 전승입니다. 이 결론 부분은 모세오경 전체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신명기의 말씀은 새로이 하느님의 백성이 된 우리 교회 공동체와 새로운 이스라엘인 우리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호소입니다.
2-5 특징
신명기는 움직이는 부분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레위기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레위기가 이스라엘의 광야생활을 예상하고 있는데 비해서 신명기는 가나안 정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위기가 제관들과 레위인들을 위한 지침서라면 신명기는 전 백성을 위한 교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세오경 중 앞의 4권을 요약한 듯이 보이는 신명기는 모세 4경 전체의 복습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는 앞 4권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첨가하거나 보충,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민수기에는 모세의 보좌관들인 70명의 장로를 임명하는 기록이 있으나 그 장로들에게 내린 모세의 지시는 신명기 1, 16 - 17에 와서야 기술됩니다. 또 민수기에는 정탐꾼들이 까데쉬-바르네아에서 보내진 것만이 기록되나, 신명기 1, 19 - 23에 이르어서야 구체적으로 백성의 반응과 요청이 나타납니다. 모세가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음을 언급한 민수기의 기사는 신명기 3, 23 - 26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맺음이 됩니다. 신명기의 두드러진 특색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고 유창한 웅변적인 설교체입니다. 신명기 저자는 고대에 흔히 쓰였던 문학 서술법에 따라서 신앙에 관한 주요 가르침을 마치 모세가 죽기 전에 행한 일련의 설교처럼 기록하였습니다. 웅변적인 설교체로 기록된 신명기는 청중의 마음을 압도하여 그들이 진심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결심하게 하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율법서라기 보다는 율법에 관한 해설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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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기정 사도 요한 신부님 신구약 성서 기본 해설
http://www.mariasarang.net/book/bbs_view.asp?index=book_letter5&header=&page=&no=3&curRef=3&curStep=2&curLevel=1&col=&sor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