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랑하는 아들들아, 회개의 길로 나를 따라오너라.

내 전투에서 너희가 들고 싸워야 하는 무기는 기도와 회개라는 무기이다. 오늘 나는 너희 각자가 걸어야 할 회개의 길을 알려 주고자 한다.


첫째 단계는 자기를 버리고 부정하는 것이다.

무질서한 집착, 격정, 무절제한 욕구, 야심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버릴 필요가 있다. 너희는 사도적 활동을 할 때에도 결코 성공이니 인간적 인정이니 하는 것을 얻으려고 애쓰면 안된다. 오히려 숨은 생활, 사도적 임무를 침묵 중에 겸손하게 수행하는 것, 날마다 충실하게 자신의 일과를 다하는 것에 애정을 기울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 이기심을 억제할 수 있어진다. 이기심은 너희가 떨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이요, 내 원수가 너희의 발길을 방해하려고 사용하는 가장 손쉽고 상습적인 함정이다.

이기심이 사그라지면 마음이 자유로워져서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알아 볼 수 있는 빛 속에 있게 되고 그 뜻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가장 적합한 상태에 있게 된다.


둘째 단계는 자기 자신의 십자가를 잘 지는 일이다.

이 십자가는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을 이루고자 할 때 마주치게 되는 어려움들이니, 자기 신분에 따른 의무 수행에 날마다 충실해야 한다는 과제가 이 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소한 일까지도 완벽하게 해야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완전한 사랑으로 해야 하고 하루의 모든 순간을 하느님의 '뜻'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이 고통스러운 둘째 단계가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특히 너희에게 있어서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른다!

이것으로 너희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과 닮은 모습이 된다. 이 내적 못박힘은 사제인 너희 일과를 통해 날마다 순간마다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극히 필수적인 것이므로 너희 생활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기도의 순간에, 또 세상에 생명을 주기 위해 너희도 예수님과 함께 내적 희생 제물이 되어 '미사 성제'를 집전하는 더없이 귀한 순간에, 그리고 너희 각자(가 맡고 있는) 고유의 사제적 임무에 충실할 때, 그리하여 복음 선교나 교리 교육이나 다른 가르침을 주거나, 사도적 임무인 애덕을 실천할 때, 그리고 모든 사람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 가장 외롭게 소외된 이 들, 누구에게서나 배척과 거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과 만날 때,(이 모든 순간을 통해 너희의 내적 못박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제인 너희는 사도적 임무를 수행할 때 결코 자기 만족이나 어떤 개인적인 이득을 구하면 안된다. 다함없는 사랑의 힘을 온전히 기울여, 언제나 너희 자신을 주어라. 은혜를 모른다고 해서 그만 두지 말고, 몰이해 때문에 방해를 받지도 말고, 무관심 앞에서 주저하거나 호응해 주지 않는다고 지치지도 말아라. 너희가 사람들의 영혼을 은총과 구원의 삶에로 낳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너희의 사제다운 고통을 통해서이다.


셋째 단계는 ‘갈바리아’를 향해 내 아들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이다.

나는 예수께서 지상 생활 동안 ‘예수살렘’을 향해 갈망에 찬 눈길을 보내시는 모습을 매우 자주 보곤 했다. 어느 날인가는 당신 자신의 사람들에게서 배반당하고 체포되어 재판을 받으러 가시게 될 곳. 사형 선고와 채찍질, 가시관과 십자가에 못박힘을 당하실 그 ‘예루살렘’을!(그럼에도) 그 순간을 얼마나 고대하셨는지 모른다! 그분은 언제나 너희에 대한 사랑과 희생의 당신 ‘파스카’를 완성하시려고 걸음을 옮기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즉, 사랑하는 아들들아, 사제인 너희들도 만민을 구원하기 위해 너희 자신의 ‘파스카’적 희생의 완성을 향하여 날마다 그 분을 따라가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다.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말아라. 오늘날의 너희에게는 배척하며 반대하는 자들의 외침이 (그분처럼) 너희를 단죄하는 목소리요, 범한 죄를 정당화하는 자들에 의해 더 이상은 보속되지 않는 죄들이 너희를 후려치는 혹독한 채찍이며, 허다한 영혼들을 신앙에서 멀리 떼어 놓는 오류가 너희에게 들씌워지는 가시관이다. 오늘날에도 너희의 소명에 충실하려면 반드시‘갈바리아’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너희로 하여금 매사에 ‘교황’ 및 그와 일치하는 ‘교계’에 순종하여 한마음으로 머물지 못하게 가로막는 이 시대의 장애들, 동료 사제들의 이해 부족, 너희가 자주 사로잡히게 되는 소외감, 이런 것이 바로 너희를 (십자가의 길에서) 넘어지게 하는 고통들이다.

그러나 봉헌을 통해 너희 자신을 티없는 성심에 맡겼다는 사실이야말로, 그지없는 슬픔에 잠긴 너희‘엄마’를 너희가 오늘날(십자가의 길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우리 함께, 예수님을 온전히 본받으며 앞으로 나아가자꾸나. 십자가의 길로 당신을 따라오라고 예수께서 너희를 부르고 계신다.

이 피비린내 나는 정화의 결정적 시기에, 너희 중 몇몇 사람은 자신의 피를 흘리기까지 해야 할 터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와 같은 길을 걸을 때라야 비로소 너희가 진정한 회개를 체험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하고 복음적인 길이니, 내 성자 예수께서 너희에게 이런 말씀으로 일러주신 길이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태 16,24;마르 8,34; 루가 9,23)

너희 천상 엄마 역시 복음적이고 사제적인 이 길로 너희를 인도하고 싶은 것이다.


-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 사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