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소지 (多行而少知)



'다행(多行)'. 즉 많이는 하지만(而), '소지(少知)', 적게 안다. 실제로 우리는 묵주기도를 잘 알고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이러한 현상을 걱정하셔서 지금의 묵주기도를 앵무새기도가 아닌지 반성해 보자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묵주기도는 반드시 올바른 교재와 교육을 통해 신자들이 새롭게 재정립 해야 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여러분은 '아! 그렇구나!' 라는 감탄사가 나올 것입니다. 


묵주기도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이 묵주기도의 소중함을 유언으로 남기신 교황 비오 9세의 예화를 말씀드립니다. 


교황 비오 9세께서 임종하실 때 그 곁을 지키고 있던 주교님이 물었습니다. 

"이 중대한 때, 이 고통스러운 때에 교황 성하께서는 무엇을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교황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이 방에 걸려있는 묵주기도의 신비를 즐겁게 묵상하고 있지요. 

환희의 신비를 묵상할 때 나는 모든 고통을 잊습니다. 

또 고통의 신비 때 나는 용기를 내게 됩니다. 

고통을 당하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내 곁에 감미로운 예수님이 함께 계셔주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할 때는 만사가 만족하게 생각되며 

나의 고통은 영광으로 변할 것 같은 희망의 느낌이 지금 듭니다. 

성모 마리아의 묵주는 얼마나 큰 행복을 임종자의 머리맡에 가져다 주는지 저는 지금 깨달았습니다. 

나의 사랑하올 모든 신자들이여! 

그대들의 마음, 그대들의 가정, 그대들의 국가에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십시오. 

가족과 더불어 경건하게 묵주기도를 하십시오. 

이것이 나의 유언의 전부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무엇을 들고 태어나는 사람 있습니까? 그리고 다시 돌아갈 때 무엇을 들고 갈 수 있습니까? 그래서 인생은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천주교 사제인 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공수래 묵주수거(空手來 默珠手去)!


즉 빈손으로 왔다가 묵주를 든 손으로 간다는 뜻이지요. 묵주는 입관(入棺)할 때 우리와 함께 하는 거룩한 성물입니다! 그러니 이 묵주가 얼마나 소중합니까!


저는 묵주 때문에 연령회 신부가 되었습니다. 제가 신학교 다닐때 수해(水害)가 크게 나서 광탄과 용미리 교회 묘지가 소실되었습니다. 인근 공동묘지와 불교와 개신교의 묘지도 함께 소실되었지요. 그래서 시신들이 전쟁터보다 더 심하게 무덤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신학생들과 연령회 봉사자들이 투입되어 시신을 다시 수습하였지요. 전 너무나 무섭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냄새와 시신의 부패 모습을 보자 구토 증세가 났어요. 저는 묵주를 들고 성모님께 기도하였지요.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시신들이 마구 뒤섞여 있어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비신자들과 신자들의 시신이 섞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신부님, 목사님, 스님, 경찰서장, 단체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나서서 "먼저 천주교 신자 시신부터 수습하겠습니다." 하시자 다른분들이 놀라며 다음과 같이 화를 내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신부님! 천주교 신자만 중요합니까? 도대체 천주교 신자만 우선으로 시신을 수습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떻게 천주교 신자만 가려서 수습할 수가 있습니까?!"


그러자 신부님은 "천주교 신자들은 식별이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우리 신자들의 시신은 그들의 손에 모두 묵주를 감고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천주교 신자들 시신의 손에는 묵주가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에 다른 분들 역시 동의할 수 밖에 없었지요. 연령회 봉사자들과 신학생들은 모두 묵주를 손에 들고 있는 유골만을 찾았지요. 그 결과 신자들의 시신을 모두 찾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종파나 비신자들은 애석하게도 다들 눈물 바다가 되었지요. 


그때의 감동은 저에게 너무나 컸습니다. 그런데 묵주를 손에 쥔 시신을 찾아 놓으면 어떤 가족들은 시신을 알아보았는데 어떤 가족들은 전혀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묵주기도를 하지 않거나 돌아가신 분의 묵주에 관심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묵주를 알아보지 못해서 자신의 부모님을 찾지 못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지요. 그래서 발을 동동 구르는 가족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묵주기도를 늘 함께 바쳤던 성가정과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시신은 가족들이나 동료 단원들이 쉽게 발견했답니다. 


대세를 받거나 냉담한 채로 돌아가신 분들은 본인의 묵주가 없어서 입관(入棺)할 때 급하게 성물방에서 묵주를 구입하여 손에 쥐어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급하게 준비한 나머지 묵주의 가격표를 떼는 것을 잊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훗날 여러분이 하늘 나라에 가시면 그분의 묵주에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있는 것을 보실 수 있답니다!


저는 이러한 체험을 통해 묵주기도와 연령회 봉사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 여러분 이제 정신이 번쩍 나시지요! 묵주가 이렇듯 참으로 중요합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묵주를 바라보십시오. 여러분의 관(棺)에까지 가져갈 동반자! 바로 여러분의 묵주입니다. 


이렇게 나에게 소중한 묵주, 그것이 무엇인지 우선 글자 하나 하나에서부터 알아보도록 하지요.



(다음에 계속)




출처 : <확신을 가지고 손에 다시 묵주를 드십시오> 허윤석 신부 / SE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