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군수 미카엘(평화방송 라디오국장)


지난 4월 27일 20세기의 위대한 두 목자, 요한 23세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성인 품에 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과 추기경단,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 시성식 미사에서 두 교황의 시성을 공식 선포했고,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80만 명의 순례객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위성을 통해 시성식을 생중계한 평화방송 TV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참석해 시성된 두 교황까지 합해서 모두 네 명의 교황이 함께하는 장관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착한 교황’으로 불리며 이탈리아인들의 사랑을 받는 성 요한 23세는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재위했으며 가톨릭 교회사의 가장 큰 개혁으로 일컬어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해 교회 쇄신을 이뤄냈다. 이 공의회 현장을 지켰던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재위 27년 동안 104차례의 해외 사목방문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선포했으며 공의회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뿐 아니라 다른 종교, 나아가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 인류 문명 전반에 혁명적 영향을 끼쳤다. 한국 가톨릭의 조상 제사 수용, 각국의 토착화한 성모상 등장, 미사 집전에서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사용, 평신도의 역할 부각도 모두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의 일이다. 강수근 신부의 ‘국악 미사곡’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공의회 덕분이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곡가 아리엘 라미레스가 발표한 ‘미사 크리올라’(Misa Criolla)는 곡 전체를 구성하는 선율과 리듬을 남미 민속 음악에서 차용한 독특한 작품이다. 또한 가톨릭 미사곡은 라틴어로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 곡은 스페인어로 돼 있다. 미사곡으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이 작품이 교황청으로부터 스페인어 가사와 곡의 작법에 대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인정한 인물이 바로 요한 23세 교황이다.

그뿐 아니라 벨기에 출신의 사제 귀도 하젠이 아프리카 콩고의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만든 ‘미사 루바’(Misa Luba)나 플라멩코의 고장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속음악 요소를 차용해 구성한 ‘미사 플라멩카’(Misa Flamenca) 역시 각 지역의 고유한 정서를 담은 미사곡으로 오래전부터 찬사를 받아 왔다. 이 작품들은 또 다른 감동과 음악적 흥미로움을 전하며 이제는 월드뮤직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와 있다.

평화방송 라디오는 이 흥미로운 음악을 전문화한 프로그램 ‘황윤기의 음악 여행, 낯설지만 아름다운’을 매일 오전 11시 5분에 방송하고 있다. 프로그램 진행자 황윤기는 ‘제3세계 음악’이라 불리기도 했던 월드뮤직에 대해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그 나라 사람들만의 정서를 진하게 만나 볼 수 있는 음악”임을 강조한다. 음악 이면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가 남미 안데스 산맥에 잉카 문명을 일구었던 원주민들의 민요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탱고나 플라멩코 역시 우리에게 친근하다.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노래한 세계적인 명곡 ‘검은 돛배’(Barco Negro)는 바다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담고 있는 파두의 대표곡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월드 뮤직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음악임을 알 수 있다.

낯선 문화에 대한 경험은 언제나 새로운 인상과 감동을 남긴다. 음악 역시 그에 대한 간접적 경험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다. 월드 뮤직 속에 담긴 낯선 이야기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나는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출처: http://web.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508748&path=201405


강수근 신부의 ‘국악 미사곡’


Misa Criolla


Mercedes Sosa - Misa Criolla - Gloria

  




Misa Flamen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