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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고독한 밤 - 카야파 감옥에 갇히신 예수 그리스도

글 : 손우배 신부님

예수님께서는 올리브 산에서 붙잡히시고 다음날 아침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실 때까지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지내시고, 
겟세마니로 가시어 기도를 하신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이 시간을 성시간이라 하여, 
오후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 후, 예수께서는 붙잡히시어 한나스 집으로 가셨다가, 
대사제인 카야파의 집으로 끌려가신다. 

그리고 이른 아침(마태오 27:1-2, 마르코 15:1, 요한 18:28) 
빌라도에게 끌려가셨다가, 헤로데에게 가시고, 
다시 빌라도에게 끌려와 사형선고를 받으신다. 
성경에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라고 되어있다.
(마태오 27:45, 마르코 15:33, 루카 23:44) 
따라서 예수께서는 12시경에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오후 3시경에 돌아가셨을 것이다. 
 
따라서 예수께서는 
카야파의 집에서 밤을 지새우신 다음 이른 아침인, 
아마도 오전 6시경, 빌라도와 헤로데에게 갔다가 
오전 9시경부터 매 맞으시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오르시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카야파 집에 끌려가신 후 
오전 3시경부터 오전 6시경까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

이스라엘에는 현재 카야파의 집터만 남아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당시의 감옥이 남아있다. 

예수님께서는 카야파에게 심문을 당하시고 이른 아침 빌라도에게 
끌려갈 때까지 바로 그곳에서 홀로 어둠 속에 계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이 어두운 감옥에 홀로 남아 
하느님의 침묵 속에서 고독의 시간을 보내셨다. 
참으로 처절한 고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따랐던 친구들은 모두 도망가 버리고, 
홀로 적들의 소굴에 남아, 아침이면 죽음의 길을 가야하는 
두려움 속에서 철저히 버려지고 혼자였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자신과 함께 하지 않고 하느님께마저도 버림받았던 순간, 
그것은 하느님의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성시간 동안 당신과 함께 깨어 기도하기를 청하신다. 
또한 우리는 예수님의 바로 이 고독한 밤(오전 3시부터 6시까지)을 
그분과 함께 하며 위로를 드리기 위해, 
최후의 만찬 후 감실을 따로 모시고 성체조배를 한다.  

카야파 지하 감옥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당시 예수님의 고독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시편 88이 놓여있다.  

'주님, 제 구원의 하느님 낮 동안 당신께 부르짖고 밤에도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제 기도가 당신 앞까지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당신의 귀를 기울이소서.
제 영혼은 불행으로 가득 차고 제 목숨은 저승에 다다랐습니다.
저는 구렁으로 내려가는 이들과 함께 
헤아려지고 기운이 다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저는 죽은 이들 사이에 버려져 마치 무덤에 누워 있는 살해된 자들과 같습니다. 
당신께서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시어 
당신의 손길에서 떨어져 나간 저들처럼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깊은 구렁 속에, 어둡고 깊숙한 곳에 집어넣으셨습니다.
당신의 분노로 저를 내리누르시고 
당신의 그 모든 파도로 저를 짓누르십니다. 셀라.
당신께서 벗들을 제게서 멀어지게 하시고 
저를 그들의 혐오 거리로 만드셨으니 저는 갇힌 몸, 나갈 수도 없습니다.
제 눈은 고통으로 흐려졌습니다. 

주님, 저는 온종일 당신을 부르며 당신께 제 두 손을 펴 듭니다.
죽은 이들에게 당신께서 기적을 이루시겠습니까? 
그림자들이 당신을 찬송하러 일어서겠습니까? 셀라.
무덤에서 당신의 자애가, 
멸망의 나라에서 당신의 성실이 일컬어지겠습니까?
어둠에서 당신의 기적이, 
망각의 나라에서 당신의 의로움이 알려지겠습니까?
그러나 주님, 저는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아침에 저의 기도가 당신께 다다르게 하소서.
주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당신 얼굴을 제게서 감추십니까?
어려서부터 저는 가련하고 죽어 가는 몸 
당신에 대한 무서움을 짊어진 채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당신의 진노가 저를 휩쓸어 지나가고 당신에 대한 공포가 저를 부서뜨립니다.
그들이 날마다 물처럼 저를 에워싸고 저를 빙 둘러 가두었습니다.
당신께서 벗과 이웃을 제게서 멀어지게 하시어 어둠만이 저의 벗이 되었습니다. ' 

성시간은 예수님께서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하셨던 그 고통의 순간을 그분과 함께 하는 시간이며, 
최후의 만찬 후 감실을 따로 모시고 조배를 하는 것은 
카야파 감옥에 갇히신 그분의 고독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한 사람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순간 옆에 함께 하면서 위안을 드리는 시간이다. 
내가 꼭 무엇을 해드리지 못해도 좋다. 
그저 그분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하늘과 땅을 만드신 창조주께, 
있는 그대로 충만하신 그분께 해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함께 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청원기도를 드리지 말고, 
그저 그분과 함께 하면서 슬픔과 고통 속에 피땀 흘리시는 
그분의 어깨에 두 손을 얹어 드리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님, 저희가 지금 당신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날마다 물처럼 저를 에워싸고 저를 빙 둘러 가두었습니다.
당신께서 벗과 이웃을 제게서 멀어지게 하시어 어둠만이 저의 벗이 되었습니다.  

성시간은 예수님께서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하느님께 살려달라고 애원하셨던 그 고통의 순간을 그분과 함께 하는 시간이며, 
최후의 만찬 후 감실을 따로 모시고 조배를 하는 것은 
카야파 감옥에 갇히신 그분의 고독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한 사람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순간 옆에 함께 하면서 위안을 드리는 시간이다. 
내가 꼭 무엇을 해드리지 못해도 좋다. 
그저 그분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하늘과 땅을 만드신 창조주께, 
있는 그대로 충만하신 그분께 해드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함께 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청원기도를 드리지 말고, 
그저 그분과 함께 하면서 슬픔과 고통 속에 피땀 흘리시는 
그분의 어깨에 두 손을 얹어 드리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님, 저희가 지금 당신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료 : 천주교목사동 성십자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