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십자가는 십자가 


여러 번 강도짓을 일삼던 사내가  어느 신부님의 도움으로 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내는 신부님에게 자신이 지은 죄를 어떻게 하면 속죄할 수 있을지 물었지요. 
신부님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성지순례를 떠날 것을 권했고 사내는 즉시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어서 길을 나섭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요.  십자가의 무게가 대단했지만 그 정도를 감당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어깨가 붓고 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내는 십자가를 어떻게 하면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십자가의 양쪽을 팔을 잘라버리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십자가의 팔이 훨씬 짧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십자가는 십자가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자 사내의 몸과 마음은 훨씬 편해졌지요. 
그러나 먹을 것조차 찾을 수 없는 사막에 들어서자 사정은 마찬가지가 되었답니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사흘 동안 사막을 헤매었지요.
사내는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다시 십자가를 변형시킵니다. 
즉, 그는 십자가의 두께를 반으로 쪼개어 두 개의 십자가를 만들어서 
그 중 하나를 버렸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훨씬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십자가는 십자가가 아닌가?"

닷새 째 되던 날, 사내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도시를 발견하고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저녁 무렵이 되자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앞에는 깊이 패인 절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었어요. 
어디를 둘러 보아도 다리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사내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지금까지 지고 온 이 십자가로 다리를 삼아야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힘이 들 때마다 십자가를 잘라 내었기 때문에, 길이도 짧아지고, 두께도 너무 얇아서 도저히 다리로 대신할 수가 없었답니다. 

하느님의 일을 인간의 지혜로 알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앞선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사람처럼, 하느님을 내 잣대로 판단하고 내 뜻대로 행동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래서 내가 나쁜 짓을 해도 아무런 벌도 내리시지 않는 하느님을 두고서 '하느님은 없다.' 라고 자신있게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침묵하시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들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온유하고 너그러우신 분이기에 우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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