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현 신부님 성서입문 (개정판) 안내

성경의 세계 (정태현 신부님 성서입문 머리말)

정태현 신부님의 한님성서연구소와 연구소에서 출판한 책 소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성경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

http://www.biblicum.or.kr/sub3.htm

1. 성경의 세계

성경이 우리 민족에게 처음 소개된 것은 중국의 한문 서적을 통해서이다. 그 한문 서적은 주일과 축일의

독서와 해설서인 성경직해(聖經直解)와, 비슷한 내용을 담았지만 피정 지침서로 엮은 성경광익(聖經廣

益)이다. 그런데 이 성경직해와 성경광익은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서양 선교사들이 엮은 것이다.

오늘날 쉽게 접하는 성경 주석서와 참고서, 성경 교재와 프로그램 등도 대부분 서양 학자들이나 서양

목자들이 만든 것이들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성경 전통은 근본적으로 서구 그리스도교의 학문 전통과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은

셈이다. 그런 까닭에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늘 동양 문화 · 전통과 거리가 먼 책을 대해는 것처럼 느

낀다. 그러나 성경은 동양과 서양의 문물을 껴안고 그 경계를 넘어서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책이다.

​성경은 아시아에서 태어났다. 아시아는 고대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다. 세계 사대 고대 문명인 메소포타

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 중국의 황허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세 곳이 아시아에 있고 이집트

도 서양인들에게는 '근동'近東, 가까운 동방에 속한다. 유다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

교 등 세계의 대종교들도 모두 아시아에서 나왔다.

서양인들이 동방을 창의적 직관과 명상을 통하여 고유한 정신 세계를 구ㅌ축하고 발전시킨 신비의 땅

으로 여겨 온 것은 결코 과장이나 무리가 아니다. 아시아에서 나온 이 세계 종교에는 모두 경전이 있어

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온 인류를 진리의 길로 이끈다. '빛은 동방에서' ex oriente lux 라는 오래된 서

양 격언이 이를 잘 반영한다.

성경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과 지중해 문명이 어우러진 땅에서 쓰이고 퍼져 나갔다. 구체

적으로 이 지역은 소아시아(오늘날의 터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을 거쳐 동쪽의 인도 경계

까지, 시리아-팔레스티나와 시나이 반도를 거쳐 남쪽의 이집트까지, 그리고 서족 끝 스페인에서 동쪽

그리스에 이르는 유럽의 지중해 연안을 포함한다.

기원후 313년 서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밀라노

칙령을 반포한 이래 성경은 서구 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스 문명과 로마 문명의 우월성

을 주장하고 두 문명의 진정한 상속자로 자처하는 서양인들은 오랫동안 성경을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내려 주신 선물로 여겨 왔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이 그리스 문명과 로마 문명보다  훨씬 앞서 생겨난 고대 근동 문명의 틀 안에서 태

어났고, 그 문명을 전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였다. 여기서 '근동'은 유럽에서 가까운 동방

의 땅, 곧 소아시아, 메소포타미아, 시리아- 팔레스티나, 이집트를 가리키는데,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중동'이다. ​

1798년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침략하면서 고대 근동의 '잊여진 문명'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기 시작하였

다. 처음에는 프랑스인들이 고대 이집트 문화와 유적지의 발굴과 탐사를 주도하였지만, 영국인과 독일

인과 이탈리아인 등 다른 유럽인들도 이 일에 뛰어들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고대 근동에 관한 관심

은 이집트뿐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와 소아시아와 시리아-팔레스티나 전체로 확산되었고, 유럽과 미국

학자들이 이스라엘, 이집트, 이라크, 이란, 터키, 요르단, 시리아 학자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펼쳐 나갔다.

그들의 고고학적 발굴과 탐사는 옛 신전터와 왕궁터에서 발견된 토판 문서들과 수많은 금석문에 쓰인

갖가지 고대 근동의 언어들을 해독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고대 근동어로 쓰인 고문서가 20여 개 이상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서양 사람들은 이제 그리스- 로마 

화의 독창성과 우월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고대 근동어를 연구하는 서양 학자들은 유럽 언어들

원조로 여겼던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동방의 산스크리트어, 페르이아어, 셈어와 페니키아어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였다. 언어뿐 아니라 문학 양식에서도 서양인들은 동방의 영향을 받았다.

서구의 정신 문화를 이끌어 온 성경은 신화, 법전, 민담, 격언, 비유, 역사, 연가戀歌와 애가哀歌, 예언 등

온갖 문학 양식으로 구성되는데, 이런 문학 양식들이 모두 고대 근동의 문헌들에서 고스란히 발견되고

내용까지도 비슷하다. 일찍이 그리스 문화의 전도사로 알려진 알렉삳드로스 대왕이 이집트와 페르시아

제국과 인도를 정복하고 나서 자신은 물론, 신하들에게 동방 문화를 답습하게 한 것 역시 그 문화의 가

치를 재발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성경이 이처럼 복합 문화의 토양에 뿌리 박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서구의

성경 해석과 접근 방법에만 매달린 탓이 아닌가 싶다. 그리스도교가 팔레스티나에서 출발하여 소아시아와

그리스를 거쳐 로마에 전해지고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가 서구 종교로 자리 잡은 다음, 다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세계의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는 동안, 그리스도교의 근본이 되는 성경도 근동의 문화권에서 태

어나 그리스- 로마에 바탕을 둔 서구 문화권을 거쳐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에 접목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구인들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그리스도교를 체계화하고 성경에서

객관적 진리 또는 교의dogma를 끌어 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법은 서방에서' ex occidente라는 서양

격언이 뜻하는 바 그대로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이천여 년의 긴 여정을 거쳐 다시 동방으로 돌아온 성경, 하느님께서 온 인류에게 구원의

표질 주신 귀중한 경전이 놓여 있다. 성경의 세계가 모든 문화권을 포함하고 성경의 메세지가 모든 문화권에

열려 있다는 사실은 여러 문화권, 특히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가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함을 말한다.

ㅡ 정태현 신부님의 성서입문 개정판 머리말 발췌 끝 ㅡ

출처:http://www.mariasarang.net/1home/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