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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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국립공원...

월정사의 입구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에서 시작하여

천왕문에 이르는 약 1킬로 미터의 전나무숲길은 가히 오대산의 보석이라 할 만 하다.

나이가 수십 년에서 백 년을 훌쩍 넘긴 아람드리 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열 명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말 그대로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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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전나무숲은

언제가 좋다랄 것도 없이 그냥 사시사철 좋지 않은 때는 없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다...

하지만 계절 중에서 특히 좋은 때를 꼽으라고 하면 이사람은 가을... 단풍이 불타는 가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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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있는 일이 많으니

이제는 숲이 유달리 멋있어 보이는 때를 알 것도 같다...

새 싹이 돋는 봄은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때니 아름다울 수 밖에 없고

그 새싹이 소임을 다하고 붉게 물들며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풍철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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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밟히는 낙엽 하나하나가 예사롭지가 않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살아 온 지난 날을 생각한다.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일이,  잘 한 일보다는 그렇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던 지난 날...

그래... 시작은 그러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마지막은 저 불타는 단풍과 같이 멋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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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에 젖어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전나무숲의 터줏대감 '할아버지전나무' 앞이다...

지금은 생명을 다하고 쓰러져 하루가 다르게 작아지고 있지만

수백 년의 긴 시간 동안 전나무숲길을 지나가는 이들을 지켜보았을 '할아버지전나무'는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아직 죽은 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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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 길을 걷던 이들을

이길을 걸으며 숨쉬었던 이들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할아버지전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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