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고 있는 예수님이 바로 메시아이십니다”(사도 17,3)

세상의 빛이시며(요한 8,12),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아나신(루카 24,6)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이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1.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을 이긴 유일무이한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돌아가신 후 곧바로 알려집니다. 사도 바오로는 부활하시고 살아계신 예수님에 대해 “그리스도께서는 약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지만, 이제는 하느님의 힘으로 살아 계십니다”(2코린 13,4)라고 담대하게 증언합니다.

2. 부활의 은총은 회심으로 이끌어줍니다.

바리사이로서(사도 26,5; 필리 3,5) 엄격한 율법에 따라 교육을 받았던(사도 22,3)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교를 몹시 박해하였고, 심지어 아예 없애 버리려고까지 하였습니다(갈라 1,13).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사도 9,3-6) 회심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다.”(필리 3,12)라고 확신하며, 자신이 축적하였던 지식이나 명성, 신념과 가치관을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꺼이 포기하고, 이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3. 사랑을 추구하십시오(1코린 14, 1)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사도 바오로가 체험한 하느님의 모습은 “사랑”이었습니다. 이 체험은 어떤 환난이나 역경을 당해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횃불처럼 타올라(집회 48,1 참조) 확신에 찬 고백을 하기에 이릅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9)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체험한 이 뜨거운 사랑으로 말미암아 박해받는 이들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모든 이에게 모든 것”(1코린 9,22)이 되는 보편적 사랑의 선교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온 삶을 바꾸어 놓았던 예수님의 그 사랑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그 사랑이 이제는 우리를 다그칩니다(2코린 5,14 참조).

4. 전교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공동의 노력입니다.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것은 복음 선포 사명에 따른 시의적절한 응답이라고 여깁니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이 팽배해 있는 지금은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우리가 “(이웃에 대한) 돌봄과 보살핌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육체를 위한 백신 이전에 마음을 위한 백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웃을 존중하며 보살피는 사랑의 나눔을 통해 복음의 기쁨을 전하도록 합시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하고, 세상 한가운데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갑시다. (요한 1,1-14 참조).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웃을 위한 기쁜 소식이 됩시다.

5. 2021년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을 되새기는 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사랑의 기쁨」 반포 5주년을 맞이하여,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가정 교회로서 “가족”의 역할이 얼마나 중대한지 보여주며, 가족의 유대가 갖는 중요성을 통해 교회가 “가정들의 가정”이라는 사실을 드러냈습니다(「사랑의 기쁨」, 87항). 교종께서는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를 맞이하여 전 세계 교회 공동체의 모든 일원이 가족 사랑의 증인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6. 전교 활동은 가정 공동체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교구의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구민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선교사로서 세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선포되었습니다. 이는 모든 교구민이 주도적이고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자세로 “선교하는 제자요 자비의 선교사”로 실천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교회의 성장과 발전은 모든 가정 교회의 삶을 통하여 촉진되며, 이렇게 가정에서 실천하는 사랑은 교회의 삶에서 변치 않는 힘의 원천이 됩니다(「사랑의 기쁨」, 88항).

7. “만남의 예술”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됩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써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과 “보편적 형제”(「모든 형제들」, 286~287항)가 되셨고, 부활하심으로써 용서와 형제애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만남의 예술”(「모든 형제들」, 215항)을 본받아 모든 피조물이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로마 8,22)을 알고, 나의 개인적⋅주관적 행복보다는 그들과 “대화와 사회적 우애”(「모든 형제들」, 215항)를 다져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마태 6,33) 찾고,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을 찾아 그들의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분명 세상 한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이며, 또한 그분을 맞아들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요한 1,11.14 참조).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코로나19 감염증 상황을 겪으면서, 혼자만으로는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나 체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연대하는 공동체성 회복을 통하여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사랑과 배려와 상호존중의 연대성이 확장되어 우리 모두 주님 부활의 기쁨과 희망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80년 5월 우리 지역민들이 겪었던 군부 쿠데타의 희생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에게도 하루빨리 민주주의가 회복되어 주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시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2021년 4월 4일 부활 대축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내용출처 - https://cbck.or.kr/Bishop/Message?diocese=gwangju&season=02&year=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