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여정을 시작하며

 

이날 우리는 금욕의 상징인 재를 받음으로써 사순시기를 시작하고부활의 신비를 합당하게 기념할 영적 준비를 합니다우리의 이마에 발라지는 재는 우리가 피조물로서의 상태를 깨닫게 해주며 회개하게 하고결심을 새롭게 하여 주님을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따르게 합니다사순시기는 여정입니다수난과 죽음부활의 신비를 완성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이 단지 계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받아들이고 따르는 길임을 깨우쳐 줍니다.

 

우리는 이 거룩한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주님과 함께 이 여정을 나아갑니다다시 말해우리는 예수님의 학교에서 배우고단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의 기억이나 기념이 아닌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준 사건을 되새깁니다전례 안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의 힘으로 현존하시어 이 구원의 사건이 실제가 됩니다전례 안에서 계속 떠오르는 핵심어는 오늘입니다이 말은 비유적으로보다 말 그대로실제적인 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오늘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계명을 밝혀주시고 우리는 선과 악생명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하게 됩니다. (신명 30,19) 오늘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기에 우리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합니다. (마르 1,15) 오늘 그리스도께서는 갈바리아에서 돌아가시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그분은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습니다오늘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십니다오늘은 좋은 시간입니다.

 

형제여러분이 사순여정동안 그리스도를 더 결단력 있고 계속해서 따를 수 있도록 그분의 초대를 받아들입시다그리하여 세례성사 때의 은총과 약속을 갱신하며우리의 이전의 인간을 벗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입어서 부활절에는 새로이 태어나 사도 바오로와 함께 이렇게 말합시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여러분 모두의 사순 여정에 축복을 빕니다!



 

교황 베네딕토 16